껍질째 먹는 사과 - 길벗사과농원 방문을 환영합니다.



제목: 긴 장마, 많은 생각
이름: 길벗


등록일: 2020-08-11 15:09
조회수: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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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대 무너진 날, 마침 지난 20년 동안 식수를 공급해왔던 지하수 관정도 문제가 생겨 얼마 전에 새로 파두었던 새 관정에서 집으로 오는 관을 새로 묻었다. 사고는 늘 '더블'로 온다.


지난 8월 1일 오전에 어떤 일이 있어 잠시 들렀던 멀리 경남 거창의 모 농장 레스토랑. 거창읍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자리잡은 소위 6차 산업 모델형 농장 시설의 한 부분이다.

결국 우리 집에도 사단이 났다.
긴 장마에 쌓은지 3년 된 축대가 10여 미터 무너져내린 것이다.
다행한 것은 저온저장고 뒷편이라 저장고와 작업장 판넬이 우그러지거나
파손되었을 뿐 인명 피해나 당장 살림살이에 영향을 준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사건을 두고 내가 '귀농 20주년 기념 보수 대잔치'라고 하니 안사람은 그저 웃는다.
하긴 지난 20년 이 골짜기에서 살면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으나
모두 고만고만한 것들이었고 아마 비용으로 치자면 이번 건이 제일 크니
'대잔치'라고 할 만한 것이다.

전국이 물 난리를 겪고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농토와 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니 나 정도야 손 내밀 정도도 못되지만 정말 지구에 이상기후가 오긴 온 것인가.
모두들 이런 긴 장마와 폭우는 처음이라고 하니 앞으로 남은 생 동안 얼마나
큰 사건을 또 겪어야 할지 미리 걱정이 앞선다.

누구는 이게 빙하기로 가는 길목이라 하고 또 누구는 지구 기상이변의 원인이 화석연료의
급격한 사용으로 인한 것인데 따라서 석탄, 석유의 사용을 줄이고 탄소배출권을 규제하는 등의 일련의 환경운동론이 기실 선진국의 음모라고도 한다.

어쨌든 거대한 자연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 그저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만을 하는 것이고 그 나머지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갈수록 삶이, 농사가, 사업이 그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버렸다.

올해 집 앞에 짓는 사과즙(주스) 공장의 건축 공사 계약을 오늘 하였다. 홍천에 적을 두고 있는 승우건설(주)이라는 곳이다. 계약기간은 3달, 11월 초까지는 마무리를 짓는 일정이다. 그러나 하루라도 일찍 건물이 완공되어야 한다. 그 안에 들어갈 각종 기계설비도 뒤이어 설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목표는 11월부터 사과즙을 가공하기 시작하는 것인데 일정이 빠듯하다.

이제 다음 달 중순에는 홍로 사과를 수확해서 판매해야 하고 10월 말에는 부사(후지) 사과를 거두어야 한다. 건축공사 일정과 맞물려 올 한 해는 바쁘고 어려운 한 해가 되었다. 게다가 축대 보수까지...

단순히 공장을 짓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사과즙을 짤 것인가, 또 팔 것인가 더하여 올해 개발해야 하는 사과술(애플 시드르)까지, 또 기존의 사과식초와 몇 가지 추가 신제품 개발 등등 몸이 세 개면 좋으련만.

멀리 홍성에 사는 친구가 근래에 내게 보내온 문자메시지에서 '내일 모레면 환갑' 운운해서 야단을 좀 쳤다. 그랬더니 나는 청년이라고 한다. 그래, 나는 좀더 청년으로 살아야 한다. 벌써 늙은이 운운, 나이 운운, 철이 들었네 마네 운운 하면 안된다. 아직 십년은 거뜬히 현장에서 일해야 하고 또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계속 해내야 한다.

그 다음 은퇴하면 두 가지를 하겠다. 하나는 고교동창 이종화 교수 따라 '댄스'를 배우고 또 하나는 도서관 옆에 자그마한 방을 얻어 평생 소원이었으나 실천하지 못한 '작은' 글을 써보는 것이다.

생각이 많은 올 여름이다. 이것들을 모두 실천해내고 또 이루어야 하는데 내 젊었을 때 다닌 직장에서 배운 말을 가슴에 다시 새기고 심기일전해야 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먼 길 가는 사람은 준비가 많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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